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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공간을 생산적인 토론의 장으로 만드는 게 우리 비전입니다.

李善珠  TOP CLASS 편집장 (sun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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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균 연령이 20대인 '시지온'의 직원들, 앞줄 오른쪽 끝이 김범진 대표다.

악성 댓글로 도배되다시피 하는 인터넷 포털사이트 게시판. 게시판에 글을 쓰려면 자신의 신원을 밝혀야 하는 인터넷 실명제가 도입되긴 했지만, 댓글 문화를 바꾸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驅逐)하는’ 이런 사이버 공간에서 ‘양화가 악화를 구축하게 만들겠다’며 도전장을 내민 젊은이가 있다. ‘시지온’ 김범진 대표다.
 
  “최진실 자살사건을 접하고, ‘이건 정말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희생자를 찾아 마녀사냥을 하는 것 같은 인터넷 게시판을 어떻게 건강하고 생산적인 토론의 장으로 만들까 고민하다 ‘우리가 그런 시스템을 만들면 되지 않겠느냐?’고 결심했지요.”
 
  그는 연세대 화학공학과에 적을 두고 있는 대학생이다. 그의 사업모델은 자신의 전공이 아닌, 다른 과 수업에서 나왔다. 그가 처음 토론에 눈을 뜬 것은 철학과에서 토론 수업을 들으면서였다.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대화를 통해 합의에 이르는 모습을 보며 토론이라는 행위에 흥미를 느꼈다. 신문방송학과에서는 사이버 공간의 문제를 법과 기술, 시장경제 등 다각적으로 접근하는 ‘사이버 커뮤니케이션’ 수업을 들었다. 연세대리더십개발원 산하 학생기구인 연세리더스클럽에서 글로벌팀장, 회장을 맡으며 활약하던 그는 2007년 7월, 연세리더스클럽에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 ‘시지온’을 설립했다. 대학생들이 학교 한구석에서 시작한 벤처였다.
 
  “연세리더스클럽에서 새로운 행사들을 기획, 진행하면서 ‘좋은 사람들하고 일하는 게 참 행복하구나’ 실감했습니다. 그래서 아예 회사를 차려야겠다고 생각한 거지요. 그때는 ‘하루를 살아도 후회없이 살겠다’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때 모인 친구들은 군대 가느라, 공부하느라 흩어졌고, 그는 직원들을 새로 뽑아 회사를 꾸렸다. 그리고 2009년 가을, 국내 최초로 소셜 댓글 솔루션인 ‘라이브리(LiveRe)’를 세상에 내놓았다. 인터넷 사이트나 블로그에서 댓글을 달 때 해당 사이트의 계정 대신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계정을 이용해 댓글을 달 수 있도록 고안한 서비스. 일일이 회원가입을 하지 않아도 댓글을 달 수 있는데다 사진과 동영상까지 덧붙일 수 있고, 자신의 트위터나 페이스북으로도 그 내용이 곧장 연결돼 젊은 층으로부터 환영을 받고 있다.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는 쪽에서는 댓글이 달릴때마다 자동으로 마케팅이 되는 효과가 있다.

 
  “살아 있는(Live) 댓글(Reply)이란 의미로 ‘라이브리(LiveRe)’란 이름을 붙였어요. 악성 댓글만 난무할 뿐 죽어 있던 댓글 창을 되살려 활성화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댓글 다는 게 쉬워지니 많은 사람들이 댓글 토론에 참여할 테고, 오프라인 인맥과 연결되어 있는 SNS에 그대로 노출되기에 훨씬 책임감 있고 신중하게 발언할 테니까요. 실제로 라이브리를 도입한 인터넷 사이트의 댓글 수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시지온은 기업과 언론사, 정치인 블로그 등 110여 개 사이트에 라이브리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소셜벤처 전국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고, 선플운동본부와 함께 캠페인을 벌이면서 주목받고 있다. 그는 토론의 활성화를 위해 게시판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다.
 
  “토론이 진행되면 될수록 양극단의 의견만 남고 나머지는 침묵하는 현상이 심해집니다. 침묵의 나선효과 때문이지요. 대중은 자신의 생각이 우세한 여론에 속하면 목소리를 높이고, 열세에 속하면 침묵합니다. 다수로부터 고립되는 것을 두려워해서입니다. 선정적인 제목에 낚이는 지금 같은 게시판 구조로는 그런 현상이 더 심화되지요. 우리가 꿈꾸는 사회는 흑과 백이 아니라 무지개처럼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면서, 설사 의견이 다르다 해도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톨레랑스(tolerance·이해심)를 가지고 경청하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온라인 공간에서 자신의 발언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면서 궁극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누리며 대화하는 것입니다.”
 
  그의 머릿속에는 다양한 스펙트럼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댓글을 분류하고,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하면서 각각의 사용자들이 캐릭터를 가지는 등 새로운 게시판에 대한 그림이 들어 있다.
  
  
  대학생들이 만든 벤처로 출발
  
 

“이 일을 시작할 때 ‘사이버 커뮤니케이션’ 수업을 들었던 윤영철 교수님을 찾아가 ‘공동 연구팀을 만들자’고 제의했습니다. 언론홍보를 전공한 학사와 석사가 팀을 이뤄 사이버 커뮤니케이션의 문제와 대안을 연구하고, 우리는 그걸 현실화하는 일을 하지요. 매년 사이버 커뮤니케이션 컨퍼런스도 열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수익을 늘릴 수 있을까’에서 사업모델이 나오는 게 아니라, ‘우리 사회를 개선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질문에서 일이 시작된다고 말한다. 지향점이 처음부터 사회적 기업이었다. ‘여느 기업과 마찬가지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생산 판매해 돈을 버는 기업이지만, 활동 동기가 사주나 주주의 이익 실현이 아니라 사회적 목적을 실현하는 데 있다’는 사회적 기업의 정의에 기반을 뒀다는 것. 그는 “우리가 돈을 벌면 벌수록 사회를 이롭게 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찾았다”고 말한다. 수익은 악성 댓글로 인한 피해자를 돕거나 선플 운동, 연구개발 등 사회적 재투자를 할 계획이다. 수많은 기업이 명멸하는 치열한 전쟁터 같은 IT업계에서 수익이 아닌 사회적 목적을 내세우며 기업을 운영할 수 있을까. 이들이 처음 만든 소셜 댓글 솔루션도 벌써 경쟁업체가 생겼다 한다. 그는 직원들 앞에서 “우린 100년 이상 가는 사회적 기업을 만들 것”이라고 공언한다. 그에게 “100년 가는 기업을 만들 수 있는 조건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우선 회사 경영이 투명해야 합니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고, 시장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겠지요.”
 
  시지온은 지난해 말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는데, 지난해 3/4분기부터 매출이 빠른 증가세를 보여 올해는 “50억원의 매출을 바라본다”고 말한다. 대학에 다니던 아들이 사업을 하겠다고 나선 것에 대해 불안해하는 부모님께는 “우리 일의 전망을 보여드리는 프레젠테이션을 하며 안심시켜드린다”고 말한다. ‘빡센’ 공대 공부와 사업을 병행하기 어려워 졸업을 늦추고 있지만, 학교에서 ‘벤처학’을 복수 전공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는다고 한다. 사업이 뭔지도 모르고 시작했으니 시행착오도 많았다. 비즈니스 매너를 몰라 곤란한 적도 많았고, 사기를 당하기도 했다. 짧은 시간에 값진 수업을 했다면서 그는 “수업료를 싸게 치른 셈”이라고 말한다. 직원을 뽑을 때 그가 빼놓지 않고 물어보는 게 있다. 바닥까지 내려가 본 경험이 있느냐는 것이다.
 
  “바닥을 경험한 사람만이 어려움 앞에서 헤쳐나갈 힘을 낼 수 있고,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창업한 지 얼마 안 된 우리같은 회사는 팀워크가 정말 중요하니까요.”
 


  서울 동교동 함께일하는재단 안에 자리 잡은 ‘시지온’ 사무실은 10명의 직원이 근무하기에도 좁아 보였다. 대표인 그는 자리가 없어 입구에 있는 로비 창가에 앉아 일하고 있었다. 얼마 후면 방 하나를 더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좁은 방에 다닥다닥 붙어서 일하려면 짜증이 날 법도 한데, 그들은 시종 화기애애했다. 일하는 것, 특히 함께 일하는 것을 즐기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지난여름에는 열흘 동안 세부로 직원들 모두가 함께 휴가를 다녀왔다. 평균 연령 28세, 그만큼 패기와 열정이 넘쳤다. 높은 연봉을 보장하는 기업들을 마다하고 지금 시작하는 이곳에 들어온 이들 대부분은 “회사의 철학에 공감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낸 아이디어가 바로바로 실행되는 분위기 때문에 더 의욕적으로 일하게 된다고 한다. 이들의 분위기와 각오, 자세는 로비 벽에 한 사람씩 붙여놓은 메모로도 짐작할 수 있었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오직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으로 사랑을 전하는 기업, 정말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분들과 함께 일하게 되어 너무너무 행복합니다.”
  
  사진 : 김선아

Posted by 시지온 CIZ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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