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7월 7일에 창립한 시지온은 2010 전국 소셜 벤쳐 경진대회에서 입상하며 다시 한번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했다. 김범진 대표에게 시지온이 추구하는 가치를 물었다. 허니브레드를 쓱쓱 자르던 나이프를 잠시 멈추고 김범진 대표는 웃으며 대답했다. “음, ‘지속 가능한 온라인’이라고 하면 될까요? 이대로 가다간 아무도 댓글을 달지 않을 것 같더라고요.”


그가 말한 ‘지속 가능한 온라인’은 세 가지 경우로 요약된다. 첫째, 악성 댓글의 감소. 둘째, 표현의 자유 보장, 셋째는 다양성이다. 다양성에 대해 조금 더 물었다. “오프라인 뉴스를 보면 헤드라인이 의제를 결정짓잖아요? 온라인도 마찬가지에요. 폰트 크기나 페이지를 조절해서 이슈를 띄울 건지 말 건지를 정할 수 있죠. 즉, 우리가 보는 모니터의 화면 상에 다양한 의견이 더 쉽게 노출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유는 간단하다. 보통 사람이 웹에서 어떤 기사를 ‘클릭하느냐 마느냐’는 1초도 안 되어 결정되기 때문이다. 다음 페이지에 ‘뭐 볼 것 없을까‘하고 NEXT를 클릭하는 수고를 감수하기에 우리의 인내심은 너무 약하고, 마우스는 너무 무겁다.
  
 

범진 대표(좌측아래 줄무늬)와 시지온 식구들. 지금은 더 많이 늘었다고 한다.

김범진 대표의 멋쩍은 미소 뒤로는 그만의 확고하고도 바람직한 신념이 엿보인다. 사회적 기업에 대해 이야기 할 때, 그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고 목소리는 나긋나긋했지만 거침없었다. 의외로 그의 전공은 화학공학이다. 본래 그린 IT나 에너지 절감 기술에 관심이 있어 화학공학을 전공으로 삼았다는데, 지금은 IT회사의 대표라니. 어딘가 묘한 커리어다. “화학공학과 컴퓨터를 둘 다 좋아했어요. 그런데 컴퓨터는 뭐랄까, 더 순수하게 좋았다고 해야 하나? 사실 IT계열로 사업까지 하게 될지, 그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사람은 결국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기업은 돈을 팍팍 벌어야죠!

젊은 나이에, 그것도 사회적 기업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IT계열로 당차게 사업을 시작한 김범진 대표. 기업가로서 그의 철학은 어떤 모습일까.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아직도 사람들은 사회적 기업이라하면 취약계층을 고용하여 모자, 비누, 초콜릿, 선물상자 같은 것을 만드는 ‘제조업’을 떠올린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세상을 바꿔보겠다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훌륭한 사회적 기업의 직원들이나 기업가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대중의 인식 속에 그들의 존재는 투명에 더 가깝다. 이미 만들어진 상품들조차 제대로 홍보되지도, 팔리지도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회적 기업에 대한 편견을 그는 어떻게 생각할까.

“저는 IT 기업 이전에 사회적 기업을 목표로 했어요. 물론 중간에 사업을 하려고 나오긴 했지만 대학 때부터 ‘대안기업’에 관심이 있어서 ‘넥스터스’란 동아리를 창립하기도 했었죠. ‘사회적 기업은 돈을 잘 못 번다’는 대중의 편견은 결국 사회적 기업이 ‘가치에 초점을 두느냐, 기업에 초점을 두느냐’의 문제인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엔 기업에 초점을 둡니다. 일단 기업은 돈을 잘 벌어야 해요. 그래야 세금도 팍팍 내고 고용도 창출하고 그러죠.”
 

사라져라 악플러!


그는 일부 사회적 기업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기존 기업들의 장점들을 무시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고객을 만족하게 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제품의 질이나 서비스가 우수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과연 사회적 기업의 제품이 다른 경쟁사보다 실제로 더 뛰어난가’ 하는 점은 의문이라는 것이다.
 
 
사회적 기업이 돈을 더 많이 벌어야 합니다. 

“일단 제가 아는 사회적 기업의 제품은 비싸요. 그렇다고 다른 경쟁사 제품보다 그들의 상품이 특별히 뛰어나냐고 묻는다면? 글쎄요. 소비자가 제품을 구입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해요. 가격에 걸맞은 가치를 주지 못하니까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기능적인 제품은 본래의 가치를 충분히 만족시킨 바탕 위에 사회적 가치가 플러스되어야 해요. 그렇게만 되면 사람들이 기꺼이 돈을 지불하게 되겠죠.”

그렇다면 <라이브리>는 어떤가? <라이브리>를 사용하면 일단 댓글 달기가 편하다. 이로써 이용자들끼리의 소통이 더욱 원활해질 수 있고, 중앙 서버관리 시스템이기 때문에 웹사이트 운영자 입장에서는 서버 비용이 줄어든다. 결정적으로 악성 댓글 감소라는 사회적 가치까지 플러스된다. <라이브리>가 수많은 언론사, 웹사이트는 물론 국회에까지 발을 내디딜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이렇게 이야기를 마무리 지으려는 찰나 시지온의 매출에 대해 기습 질문을 던졌다. 김범진 대표는 몽실몽실한 미소를 지었다. “2010년 하반기 기준으로 손익 분기점을 넘었네요. 이걸 이어가야 하겠죠. 물론 쉽지 않다는 걸 알지만 그래서 더 즐거운 도전이기도 해요.”




누군가 청춘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아름답다고 했다. 시지온의 청춘들이 그랬다. 오해를 살까봐 미리 말하지만, 이것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외적인 ‘스펙’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김범진 대표의 말을 곰곰이 듣고 있자니 ‘시지온은 다를 수 밖에 없구나’ 싶었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여유가 있고, 확신이 있고, 소신이 있다. 인터뷰가 끝나기도 전에 ‘됐다’ 싶었다.

최근 일어나고 있는 소셜벤처 붐에 대해서도 그는 거침없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일단 소셜벤처 분야에 관심을 두는 것 자체가 긍정적이라고 봐요. 기업가를 꿈꾸는 사람들이 적어도 한 번은 더 생각하게 되잖아요. 이런 사람들이 많아지면 그때는 아마 ‘사회적 기업’이란 말이 없어지겠죠.”

그의 사업 원칙은 간결했다. “첫째는 ‘Just do it’ 하는 거에요. 수익과 공익을 함께 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해보고, 무엇보다 행동으로 옮겨보는 거죠. 일단 해보면 거기 길이 있을 수 있고, 설령 어려워서 그만둔다 하더라도 과정에서 뭔가 배울 수 있거든요. 둘째는 ‘팀 빌딩’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점이에요. 사회적 기업에 특히 더 중요한 점이죠. 그걸 신경 썼으면 좋겠고, 마지막으로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윈스턴 처칠이 “Never, never, never give up.”이라고 했잖아요. 이건 그냥 멋있어서 하는 말이 아니고요(웃음). 끝까지 하다가 실패하는 게 포기가 아니라, 실패하기도 전에 그만두는 게 진짜 포기라는 거죠. 성공과 실패는 인생이 더 흐른 후에 곱씹어 볼 문제라고 생각해요. 포기는 창업자 스스로 하는 거죠. 외부에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아니라. 그렇게 하다 보면 포기해서 마무리 ‘되는’ 게 아니라 정말 긍정적인 모양새로 점을 ‘찍을’ 때가 오는 것 같아요.”


이제 상처받지 마세요.

댓글은 사랑이다. 요컨대 ‘상처’를 받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나중에 그 누군가를 만나 마음이 움직여도 그게 설렘인지 두려움인지 헛갈리게 하는 그런 ‘상처’ 말이다. 진정 사랑으로 상처받아본 사람은 안다. 상처가 사랑을 다시 시작하기 두렵게 만든다는 것을. 댓글도 마찬가지다. 내가 남긴 글에 육두문자가 뒤범벅 되어있는 댓글이 돌아오는 순간, 온 신경이 그 이름 모를 녀석이 남긴 ‘댓글’에 집중된다. 부랴부랴 그 녀석 글의 빈틈을 찾아 논리적으로 대답하려 하지만, 죽자고 달려드는 놈을 무슨 수로 이기랴. 그러고 나면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생긴다.

“제 생각엔 악성 댓글을 줄이는 게 CO2를 줄이는 것 보다 백만 배 피부에 와 닿는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온라인, 익명성 뒤에 숨어 알 수 없는 누군가를 향해 이유 없는 분노를 표출하며 서로 할퀴는 세계. 변화의 시작은 의외로 소박하다. 시지온은 그 누군가에게 이름을 붙여주었을 뿐. 그러나 바로 그 지점에서 변화는 시작되었다.
 



사회적 기업, IT 기업이라는 타이틀만으로는 오롯이 정의될 수 없는, ‘시지온’ 그 자체를 만들고 싶다는 김범진 대표에게 할 수만 있다면 날개라도 달아주고 싶은 심정이다. 그는 말한다. “댓글 달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아무리 깊은 상처에도 반드시 새살은 돋는다.
 

시지온은 어떤 기업 일까요? 
시지온(CIZION)은 IT분야 제 1호 소셜 벤처로 온라인 소셜 댓글 서비스 라이브리(www.livere.co.kr), 오프라인 리더십 엔터테인먼트 캡틴팩토리를 운영하는 Communiation Techonology 전문기업이다.

CIZION은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인 토론을 연구하고, 더욱 풍성한 커뮤니케이션과 건강한 웹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온/오프라인에서 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서로를 신뢰하고 이상과 즐거움을 추구하는 문화를 통해 임직원의 행복과 고객, 협력사 및 이해관계자 모두의 이익을 도모한다.

SNS 서비스와 연계하여 자신의 덧글에 자연스럽게 책임감을 부여하는 형식의 라이브리는 현재 KT, 위키트리, 국내 대형 언론사, 정부기관까지 폭넓게 협약을 맺고 서비스를 제공중이다.
출처 -시지온 홈페이지 <http://blog.cizion.com/notice/46> 




장다솜 (Shaelyn Jang) | 아동, 예술, 사람 / 취재기자
 
신문방송학을 공부하고 있으며, 씨네키드, 락키드라 불리며 문화쪽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밴드에서 보컬로 활동 했고 문화의 다양성이 뒷받침 될 수 있는 정책과 자생 가능한 사례들을 찾으려 한다.

Shaelyn.Jang@benefitmag.kr


Posted by 시지온 CIZ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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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1.09 11:30 신고

    시지온 블로그도 라이브리 플러그인으로 바뀌었군요! +_+

  2. 2012.03.08 15:39 신고

    우어우어웅~!! 라이브리 플러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