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해, 2012년 


대한민국에 선거의 해가 돌아왔다. 2012년 4월 11일에는 국민의 대표를 선출하는 제19대 국회의원선거(총선)이 2012년 12월 19일에는 국가 최고 통수권자를 선출하는 제18대 대통령선거(대선)이 있다. 선거 자체는 민주국가의 국민이 자신의 기본권인 선거권을 행사하는 것이므로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선거는 대의 민주제를 실현하는 아름다움만 가지고 있지는 않다. 그것은 선거의 기초가 되는 정치의 본질이 때론 부정도 감수하는 권력을 향한 의지를 내포한 갈등이기 때문이다.


공직자선거법을 향한 인터넷의 도전 


따라서 민주정부의 정당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정부가 공직자 선거에 관련된 법을 제정하고 그것이 공정하게 이루어지도록 감독하는 것은 필요하며, 바람직하다. 그 같은 맥락에서, 대한민국에도 그런 공직자 선거의 부정방지와 시민의 자유로운 선거참여를 통해 민주정체의 발전을 돕기 위한 법이 존재하며 그 법의 이름은 공직선거법이다. 김영삼 대통령이 이끄는 문민정부가 출범한 후, 1994년 제14대 국회에서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의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으로 나뉘었던 선거법을 통합하여 ‘공직선거법’(제정된 당시 정식 명칭은 ‘공식선거및부선거부정방지법’)으로 정리하면서 이 법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1994년부터 2012년까지 약 18년의 시간이 흘렀다. 시간이 지나도 많이 지났고, 강산이 변해도 두 번은 변했다. 법을 만든, 그리고 법이 적용되어야 할 사회 현실도 많이 바뀌었고, 선거운동의 핵심인 매체도 인터넷을 포함해 급격한 발전이 이루어졌다. 실제로,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헌법재판소가 내린 SNS를 통한 사전선거운동을 규제하는 공직선거법 93조의1에 대해 ‘한정 위헌’ 판결은 이러한 기존 선거법의 적합성을 시험하는 외부 변화를 잘 보여준다.


구체적으로, 해당 결정문에서 헌재는 국민의 자유로운 선거 활동을 통해 민주정치 발전을 꾀하는 공직자 선거는 “금지를 원칙으로, 허용을 예외로”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어 헌재는 그에 비추어 볼 때 현행 선거법은 매체 발전과 그로 인해 나타나는 순기능을 무시하여 법의 목적과 반대로 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SNS 선거운동 사전 규제를 통해서 “누구나 가장 손쉽게 접근 가능한 매체”이고 “이를 이용하는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인터넷 민주주의 발전 도구가 발목이 잡혀 있기 때문이다.


실명제는 갔지만, '선거'는 예외다?


그렇지만 이 같은 시대변화에 적합하게 선거법을 운영하지 못하는 정부의 맹점은 헌재의 해당 사건 한정위헌 판결이 있은 후에도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실례로, 2012년 3월, 선관위가 언론사에 소셜 댓글도 ‘인터넷 실명 조치 요구’를 하여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에 대한 선관위 측의 해명 논리는 단순하다. 공직선거법 제82조의6제1항을 근거로 “행정안전부 장관 또는 신용정보업자가 제공하는 실명인증방법”에 해당하지 않는 “소셜 댓글”은 ‘실명 확인이 될 수 없으므로’ 다른 정부가 인증하는 기술로 바꾸거나 아니면 관련 법규 위반으로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법대로 한다는 말은 강력한 논리로 들리지만, 여기서 그들이 놓치고 있는 사실은 소셜댓글도 본인확인제라는 점이다. 즉, 본인확인제를 통해 공직 선거의 투명성을 제고하겠다는 목적으로는 동일하게 사용될 수 있는 도구다. 다만, 기존 실명제(정식 명칭 ‘제한적 본인확인제)는 정부가 본인을 확인하고, 소셜 댓글은 온라인 사회관계망을 통해 본인을 확인한다. 나아가, 전자는 지난 7년의 시행동안 법률의 정책적 효과성 검증에 실패해 최근 방송통신위에서도 2011년 12월 29일 재검토를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지만, 후자는 다르다. 최근 언론사를 중심으로 확대되어가는 것에서 보듯이 사회적으로 그 효과성을 인증 받고, 대중적으로 신뢰를 얻어가고 있다. 따라서 이런 공통점과 차이점을 생각해보면, 선관위가 합리적이라면, 인터넷 실명제 대신에 소셜 댓글을 택하는 것이 공직 선거의 투명성 제고를 한다는 ‘단순히 법대로 하기’보다 더 현명한 선택이었다.


웹 2.0과 소셜 웹 시대에 걸맞은 선거법 운영을 기대하며


결론적으로 시대는 변했다. 따라서 지난 시대 현실에 기초한 법도 새로운 사회 변화에 맞게 변해야 한다. 공직선거법의 해당 조항이 만들어진 시대는 아직 웹 1.0 시대였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완전히 분리되어 익명성의 완전한 보장이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은 각종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와, 특별히 자동적으로 본인 확인이 가능한 모바일 서비스가 극렬히 유행하는 웹 2.0, 소셜 웹 시대다. 따라서 행정안정부 장관 또는 신용정보업자가 제공하는 실명인증방법만이 온라인상에서 본인 확인을 유일한 방법도, 가장 효과적 방법도 아니다. 그것을 어제의 선거법이 그렇게 정했다고 해서, 오늘도, 앞으로도 그렇게 따라야만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 아니다. 그리고 그래서 국민의 정치참여의 비용을 높이고, 민주주의의 발전의 기회를 제한하는 것이 괜찮다고 하는 것 역시 선관위의 존재 목적도 아니다.



작성 | 김재연

쓴 책으로는 "소셜 웹이다"(네시간, 2010)와 "소셜 웹 혁명"(두드림, 2011)가 번역한 책으로는 "드래곤플라이 이펙트"(랜덤하우스코리아, 2011)와 "열린 정부 만들기"(에이콘, 2012)가 있다. 균형잡힌 저작권과 열린 디지털 문화 발전을 추구하는 Creative Commons Korea의 자원봉사자이며, 전세계 시민언론가들의 온라인 네트워크인 Global Voices Online의 번역가이자 저자이다. 우연한 기회의 IT를 통한 사회적 변화의 가능성에 눈을 뜬 후에, 예측이 불가능한 시대에는 경험보다 비전이 더 중요함을 믿고, 다음 세상을 움직일 THE NEXT BIG THING이 무엇이란 질문을 행동으로 답하고자 노력한다


Posted by 시지온 CIZ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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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8.29 15:07 신고

    오랜 만에 다시 읽는 재연 매니저 글. 곧 대선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