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러미 리프킨은 미래학자가 아니다

 

제러미 리프킨이란 이름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회자되게 만든 것은 그가 2000년에 출판한 책소유의 종말'이다. 해당 책을 통해서 리프킨은 소유라고 하는 근대적 삶의 양식이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라서 퇴색하고, 연결이란 새로운 21세기적 사회 구성 방식이 새로운 시대를 이끌 것이란 주장을 했다. 그리고 그것이 때마침 인터넷붐과 맞물려 국내에도 큰 사회적 공감을 얻어냈다.

 

그러나 사실 리프킨이 첫책을 쓴 것은 그로부터 한 세대는 거슬러 올라간다. 그가 존 러센, 라일 스튜아르트와 함께어떻게 아메리칸 스타일을 바꿀 수 있나라는 책을 출판한 것은 이미 1973년이다. 따져보면, 그는 지난 약 사십년 동안, 지속적으로 사회에 통찰력을 제공해왔고, 국제적인 지적, 윤리적 도덕적 리더십을 발휘해왔다.

 

어떻게 이런 업적이 가능할 수 있었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다른 조건은 차치하고, 이 사람의 삶만 놓고 따져보면, 그 중요한 원동력은 그가 행동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리프킨이 1973년에 첫책을 쓸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사회적 활동 배경과 맞닿아 있다. 그는 1966년 베트남전에 대항하는 평화 운동을 통해 사회 참여를 시작했고, 1973년에 보스톤 티파니 200주념을 기념해 석유 회사의 권력 남용에 저항하는 대규모 시위를 기획하고, 집행하면서 함께 책을 썼다.

 

이후 경력을 봐도 그의 그런 지행(知行)이 일치되는 삶의 태도는 일관되게 나타난다. 첫책을 쓴 지 4년이 지난 1977년에는 테드 하워드와 경제동향연구재단(FOET)를 만들었고, 이후 지속적으로 환경, 기술, 경제 등에 관련된 문제에 대한 대중 교육, 소송, 입법 등에 줄기차에 참여해왔다. 한마디로 그에게 있어 출판과 강연이란 그의 사회적 메시지를 널리 확산시키기 위한 도구였고, 자신의 지적, 사회적 도전의 다음 장()으로 이동하기 위한 발판이었다. 그리고 그의 그 같은 삶의 정신은 이제 20대 후반의 청년이 희(喜壽)를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어도 크게 바뀌지 않았다. 그가 이번 방한으로 국내에 들고 온 메시지인 제3산업혁명'은 이미 2011년에 출판된 책이고, 2007년에 EU 의회에서 통과된 새로운, 지속 가능한 산업 발전 비전이자 계획이다.

 

결론적으로 그는 미래자란 말로 부르기엔 부족함이 있는 사람이다. 그는 저자이기 이전에 사회 활동가이며, 연사이기 이전에 개혁가다. 그는 자신이 본 미래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누구보다도 앞장서는 사람, 그 문자 그대로 리더다.  

 


<강의 중인 제레미 리프킨. 해당 사진은 저작권 권리자인 마이크임팩트의 동의 후 사용.>

 


3의 산업 혁명, 지속 가능한 미래에 대한 비전

 

지난 2012 5 7일 화요일 오후 7 30분부터 9 30분까지 서울시 종로구 관철동에 위치한 강연문화기업 마이크임팩트의 문화공간 엠스퀘어에서 열린 제러미 리프킨의 강의는 이런 리프킨의 명성과 이력을 눈앞에서 실제로 확인시켜주는 행사였다.

 

리프킨은 해당 강연의 서두에서 현재 우리가 맞닿고 있는 것은 금융위기가 아니라 인간이란 생물학적 종()의 위기라고 소개했다. 지구상의 전체 생물들 중에서 1%의 비율밖에 되지 않는 인간이 약 30%가 넘는 에너지를 먹어치우면서 인간의 생존 조건을 스스로 파괴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 변화는 그런 단시안적 발전 모델을 통해 나타나는 부작용의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그는 그렇게 인간이 소비하는 석유, 석탄과 같은 에너지가 대부분 일부 지역에 생산이 한정된 점, 그리고 그 유통을 위해선 수직적이고, 중앙 집권화된 사회 시스템이 필요한 점을 비판한다. 경제적 합리성만 가지고 따지더라도 이런 편재된 에너지원, 폐쇄적 조직구조는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지 못한다. 중국, 인도와 같은 방대한 인구를 가진 국가들이 2차 산업 혁명에 참여함으로써 희소한 에너지는 더욱 고갈되고 있으며, 과다 에너지 채취를 통해 환경 파괴는 더 심해지고 있다. 더구나 에너지 산업과 그에 파생된 기존 산업 구조를 유지하는 데 군사비 지출 등 많은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 그리고 이젠 사회적으로도 더 이상 이런 사회 구조를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랍부터 뉴욕까지 번진 청년층의 분노는 왜곡된 성장이 낳은 청년 대실업이란 위기에 대한 깊은 반감을 대변한다. 희망이 없는 사회엔 이젠 미래마저 없다.

 

이런 인류의 문제에 대해 리프킨이 제안하는 대안은 재생 가능한 에너지와 스마트한 네트워크를 결합한3차 산업 혁명'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산업이 아니라혁명이다. 리프킨이 보기에 인류 사회는 지속적인 진화의 과정을 거쳐 왔고, 그 핵심은 에너지 지배구조와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결합이었다. 예를 들어, 2차 산업 혁명에서 화석 에너지와 매스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결합되었을 때 학교와 회사가 등장했고 그들이 근대 국가와 경제 사회를 건설했다. 리프킨은 이제 이러한 모델은 앞서 지적한 것처럼 생태학적인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제 현실성이 없다고 본다.

 

대신에 리프킨이 생각하는 지속 가능한 미래, 성장과 고용이 둘 다 가능한 미래를 창조할 수 있는 것은 편재된 에너지원을 보편적 에너지원으로, 집중된 커뮤케이션 기술을 분산된 커뮤니케이션 기술로 대체한 후, 그들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로드맵을 통해 통합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액션 플랜은 다음과 같다. 햇볕, 바람과 같은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문명의 대부분의 인구의 집중이 되어 있는 도시의 빌딩을 통해 흡수하며, 수소 에너지를 통해 사용하고 남는 에너지는 저장한다. 저장된 에너지는 우리가 와이파이(Wifi)를 통해 무선 네트워크를 공유하는 것처럼 다른 필요한 사람들과 공유하고, 인터넷을 통해 에너지를 정보처럼 국경을 넘어 상호 교환이 가능하게 만든다(power grid). 이런 재생가능 에너지원을 기반으로 한 전력 시스템에 플러그처럼 꽂고, 빼는 방식으로 전력을 충전하여 사용할 수 있는 전기 자동차(cell car)를 기존 교통 시스템을 개선한다.

 

얼핏 들으면 황당하게 들릴 수도 있는 거대한 비전이지만, 리프킨은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첫 번째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에 기초한 사회 시스템을 만들려면 사용하는 기술의 단가를 제로에 가깝게 충분히 낮춰야 하기 때문이다. 리프킨에게 있어서 그것이 자유로운 네트워크인 인터넷에 기초한 재생 에너지 네트워크다. 소셜 네트워크 페이스북이 불과 전세계 10억 사용자 돌파를 앞두고 있는 것처럼 빠른 속도로 재생 에너지 네트워크가 구축되고, 성장해야, 재생 에너지에 기초한 새로운 경제, 새로운 사회의 창조가 현실 가능한 대안으로 나올 수 있다고 본다. , 그가 생각하는 개혁의 키워드는스케일이다.

 

그가 이런 그랜드 플랜을 추진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인간의공감력때문이다. 진화이론에 기초한 심리학이다. 리프킨이 강의를 처음 시작하면서 사회 개혁을 위해서는 두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나는강력한 설득력이 있는 비전’(compelling vision)이며, 다른 하나는실현 가능한 계획’(deliverable plan)이다. 이 중에서 후자가 중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그것이 합리적 이성이다. 사람들은 어떤 목표가 실천 가능한 계획에 기초했을 때, 가능성을 타진해보고  행동한다. 그러나 리프킨은 그것이 인간의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전작공감의 시대에서부터 그는 사람을, 그리고 문명을 움직여온 힘은공감적 이성이란 주장해왔다. 인간이 자기 이익 계산을 넘어서 타인에게 도움의 손을 뻗고, 문명이 그러한 공존과 협업의 질서를 통해 진화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 거기에 숨겨져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속 가능한 미래란 아젠다를 그가 강조하는 까닭도 거기에 있다. 이것이 다음 세대의 미래를 좌우하는 문제임을 강조함으로써 사람들의 참여 동기를 강화시키려는 것이다.

 

나아가, 리프킨이 보기에 한국 정부가 추구하는 녹색 성장은 통합적 액션 플랜이 취약하다는 점에서 아쉬운 점이 많긴 하지만, 지속 가능한 미래란 아젠다를 제기했다는 점에서는 의의를 갖는다. 나아가 그는 한국이 조선, 자동차, IT 등 산업, 기술 측면에서 봤을 때는 제3차 산업 혁명의 액션 플랜을 추진할 수 있는 능력은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봤고, 나머지 문제는 이것을 정치적인 의지를 가지고 추진할 수 있는 정치 지도자들과 한국 정부, 그리고 그것을 지지하고 감시하는 시민들의 몫이라고 했다.

 


최재천 교수와의 대화, 분열의 시대를 넘어서

 

본 강연 후 이어진통섭학으로 유명한 이화여대 최재천 교수와의 대화에서 제러미 리프킨은 추가적인 중 하나로 분리를 벗어나 융합(convergence)로 나아가는 사회에서 젊은이들이 할 역할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가 보기에 젊은이들이 가진 강점은 그들에게 평평한 사회가 상식이란 점이다.

 

그들은 수직화된 질서에 기초한 사회를 통념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인터넷을 중심으로 수평적으로 재구성된 사회에서 협업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낼 줄 안다. 2005년에 뉴욕대 재학생들이 자신이 만든 물품을 처분하기 위해 개발한 엣시(http://www.etsy.com/)와 같은 인터넷 서비스가 좋은 예다. 곧 유력한 전자상거래 서비스가 된 이 사이트가 만들어진그냥 내가 필요해서였다. (생각해보면, 이베이와 유튜브도 비슷한 맥락, 창업자의 자기 필요에서 개발된 서비스였다. 한국의 대표적 웹 2.0 기업인 비키의 사례도 유사한 시작 배경을 갖고 있다.) 이렇게 21세기의 젊은이들은 능숙하게 인터넷 환경을 이용할 줄 알고,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예측하지 못한 기업가 정신을 발휘한다. 그는 이런 젊은이들의 창조력이 인터넷에 기반을 둔 분산적 자본주의를 통해 사회 발달에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마디로, 젊은이들은 자본주의의 가장 긍정적인 부분인 기업가 정신과 사회주의의 가장 긍정적인 부분인 협업을 창의적으로 통합할 수 있는 능력과 기술을 갖추고 있다.

 


소통의 시대를 넘어 공감의 시대로

 

2시간동안 진행된 제러미 리프킨의 강연을 듣고 나서 받은 가장 깊은 인상은이 사람은 다음 큰 변화를 만들고, 실제 그것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뛰어드는 사람이란 점이었다. 실제로 리프킨은 최재천 교수와 대담 중 자신이 책을 내는 까닭은 실천을 위한 공론의 장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언급했다. 그리고 그것이 제러미 리프킨의 특별한 점이다. 엄밀히 말하면 리프킨은  학계에서 추앙받는 학자는 아니다. 그가 주장하는 바의 과학적 근거에 대해선 논란이 여전히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이 시대에서 중요한 인물인 까닭은 그가 기존의 상식에 정면으로 대치되더라도 아닌 것은 아니더라고 말할 수 있는 지적인 용기와 끓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탄련적으로 수용하는 유연함,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지지하는 사회적 가치를 믿고, 그것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삶의 태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그가 소위 미래학자들과 가진 차별성은 그의 아이디어만은 아니다. 그는 자신이 말하는 것을 믿고, 그것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헌신한다.

 

그것은 한국 사회에 팽배한 소통에 대한 담론에 대해서도 시사할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성숙한 민주주의란 쉽게 설명하면 폭력 대신에 말로 사회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그 같은 소통이 힘을 얻기 위해서는 매개체가 필요하다. 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 말이 부족하다는 뜻은 아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그 무성한 말들을 눈앞에 보이는 결과로 만들 수 있는 행동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비판하는 사람은 많지만, 개선하는 사람은 적다. 사유는 자유로워야 하돼, 그 사유의 결과는 책임있는 행동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바쁜 일정을 쪼개어 강의에 참석하고, 그리고 이렇게 긴 후기를 남은 이유도 그 같은 우리 사회에 대한,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한 반성 때문이었다. 이론가이기 이전에 실천가인 리프킨을 만나고, 배우고 싶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배운 점은 분명했다. 소통의 시대를 넘어, 공감의 시대로, 말뿐만이 아니라 실제 행동하는 시대로 나아가려면, 우리에겐 실제 앞장서서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비전), 다른 사람들이 따라올 수 있는 길을 제시하는(액션 플랜), 그리고 실제 그 길을 걸어가는(실천) 리더가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나에게 리프킨이 남긴 가장 큰 유산은 제3차 산업혁명이 아니라 비전과 액션 플랜, 그리고 지속적 실천이 결합됐을 때 정말 큰 임팩트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그 교훈이었다.  



 

작성 | 김재연 CIZION 전략경영팀 

쓴 책으로는 "소셜 웹이다"(네시간, 2010)와 "소셜 웹 혁명"(두드림, 2011)가 번역한 책으로는 "드래곤플라이 이펙트"(랜덤하우스코리아, 2011)와 "열린 정부 만들기"(에이콘, 2012)가 있다. 균형잡힌 저작권과 열린 디지털 문화 발전을 추구하는 Creative Commons Korea의 자원봉사자이며, 전세계 시민언론가들의 온라인 네트워크인 Global Voices Online의 번역가이자 저자이다. 우연한 기회의 IT를 통한 사회적 변화의 가능성에 눈을 뜬 후에, 예측이 불가능한 시대에는 경험보다 비전이 더 중요함을 믿고, 다음 세상을 움직일 THE NEXT BIG THING이 무엇이란 질문을 행동으로 답하고자 노력한다


 

 

Posted by Ciz maker Ciz_ma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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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5.09 12:20 신고

    강의를 가지 못해서 아쉬웠는데 정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 2012.05.10 12:39 신고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3. 2012.05.10 12:40 신고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