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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리 (LiveRe)/댓글로 세상보기

댓글로 세상보기(10) - 페이스북 리스크

<댓글로 세상보기>는 시지온이 ‘소셜’과 ‘댓글’이라는 두 개의 키워드로 국내외 인터넷 관련 산업 동향을 분석한 보고서를 외부와 정기적으로 공유하는 서비스입니다. 국내에 아직 소개되지 않은 해외 사례들의 소개와 라이브리가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의 분석을 통해 인터넷이 만들어 나가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시지온만의 관점과 통찰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댓글로 세상보기 (10)

페이스북 리스크




소셜 미디어 버블? 



2012년 8월 3일 기준으로 페이스북 주가가 상장 이후 최초로 20달러선 이하로 떨어졌다. 언론은 페이스북의 성장에 대한 회의적 전망, 핵심 인재의 이탈, 페이스북에 대한 보호예수(保護預受) 종료를 하락 요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불과 수개월 전에 페이스북 기업 가치가 100조 이상 평가 받던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페이스북의 주가 하락. 출처: Reuters>


그렇다면 페이스북의 주가 하락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페이스북, 나아가 소셜 미디어에 거품이 끼어 있다는 말일까? 혹자가 주장하는 것처럼 명확한 수익 모델도 없는 페이스북, 트위터, 그리고 링크드인 같은 인터넷 서비스가 고평가를 받는 것은 월가의 음모일까? 


진실은 공모가 가격이 설정되는 것은 기업의 내재적 가치(intrinsic value)와 관계없이 형성되는 경우가 빈번하며, 페이스북 공모가 역시 그런 함정에 빠졌을 위험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법경제학의 아버지인 리처드 포스너(Richard Posner)의 소셜 미디어 버블에 대한 블로그 글을 보면, 재무 이론적으로 자산 가격(asset price)은 예측된 이윤의 할인된 가치이다. 어떤 자산 가격에 거품이 있다고 하는 건 이런 예측과 무관하게 가격이 형성됐을 때다. 그리고 경제학자 케인즈가 주장한 것처럼 주식 거래인이 주식을 사는 이유는 일반적으로 해당 회사의 가치가 저평가됐기 때문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그 주식을 사기 때문이다. 그 점을 생각한다면 전세계 9억 이상의 이용자가 있고, 다양한 사회적 이벤트를 통해 활용되는 페이스북 같은 주목 받은 기업의 공모가가 내재적 가치, 예측된 이윤의 할인된 가치와 무관하게 설정됐을 가능성은 높다. 


그러나 페이스북의 공모가 가격이 과다평가 됐다는 것과 페이스북이 쇄락할 것이라는 것은 다른 근거를 갖는다. 후자에 대해서 페이스북은 아직 반박할 만한 근거를 갖고 있다. 페이스북은 9억 5천 5백만의 활성화된 월이용자가 있으며, 이 중 81%의 트래픽이 미국 밖에서 오고, 매달 2억 3천만명의 이용자가 페이스북을 통해 게임을 하고 있다. 네트워크 효과와 페이스북에서 다른 소셜 플랫폼으로 이동할 때 초래되는 전환 비용을 생각한다면, 페이스북의 저력은 여전하다. 


또한, 소셜 미디어 버블 붕괴가 실제 일어난다고 할지라도, 닷컴 붕괴 때와 같은 경제 침체의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 역시 낮다. 거품이 자산가치를 과다하게 상승시켜 부실대출을 유도하고, 이가 무너졌을 경우 잇따른 부도와 신용경색을 가져오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해당 산업이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클 때를 말한다. 앞서 인용했던 리처드 포스너 판사는 소셜 미디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고용 인구를 기준으로 해서 보면 1920년대 블랙 먼데이를 일으켰던 자동차, 소비자 신용 상품 산업, 1990년대 닷컴 산업, 2000년대의 주택 산업에 비해 그 규모가 작고, 따라서 거품이 빠진다고 할지라도 그 여파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페이스북은 소셜 플랫폼인가, 광고 플랫폼인가



페이스북 및 소셜 미디어 버블론에 대해서 넷스케이프 창업자이나 마크 안드레센(Marc Andreessen)은 “버블의 주요한 특징은 아무도 그것이 버블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기 때문에, 모두가 [공모가 하락 때문에] 화가 나 있다면, 그것은 긍정정인 징조”라고 페이스북 주가 하락에 대해 평한 바 있다. 안드레센의 말은 옳다. 진정 페이스북, 그리고 소셜 미디어 시장에 위기가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외부의 ‘주가 하락’이 아니라 내부의 ‘체제 변화’에 있다. 


페이스북, 트위터와 같은 소셜 미디어 기업은 ‘웹 2.0’(Web 2.0)기업이다. ‘개방, 공유, 참여’와 같은 만트라로만 생각하면 이들 기업은 매우 낭만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냉철하게 기술적, 경영적 용어로만 이야기하자면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를 통해서 외부 개발자(third parties)와 함께 서비스의 기능성을 향상시키는 플랫폼 기업이다. 페이스북 플랫폼을 통해서 급성장한 징가(Zynga)와 페이스북의 공생 관계가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이들의 밀월(蜜月) 관계는 플랫폼이 여유가 있을 때까지만 안정적으로 운영된다. 즉, 달리 말하면 외부 개발자가 플랫폼에게 위협이 될 경우, 플랫폼으로서는 외부 개발자를 견제하거나 혹은 징벌할 동기가 충분히 주어져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플랫폼의 체제 내 독점력 남용의 위험은 주가 하락 등을 통해 매출 증가의 부담이 증가하자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 MIT의 테크놀로지 리뷰가 보도한 트위터가 링크드인(LinkedIn), 인스타그램(Instagram)과 같은 경쟁 서비스의 API 지원을 차단했다는 소문도 이런 합리적 의심을 지속시키는 사례다. 지난 8월 1일에는 페이스북 경영진이 페이스북 앱 센터와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로 서비스 런칭을 준비 중이던 댈톤 클래드웰(Dalton Cladwell)에게 적대적 M&A를 제안한 것이 클래드웰의 블로그를 통해 공개된 바 있다. 그리고 기실 이러한 근래의 논란이 있기 전에도 문제가 없었던 것이 아니다. 2009년부터 페이스북은 개발자들이 페이스북이 지정한 광고주의 광고만(whitelist) 페이스북 플랫폼상의 앱에 게시할 수 있도록 제한을 두기도 했다. 


단기적으로 보면 페이스북의 이와 같은 플랫폼에 대한 권한 강화 행보는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 방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통제를 통해 광고주와 주주의 이익을 최대화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페이스북의 가치는 광고주와 주주의 이익과 동기화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와 개발자에게서 나온다. 이용자의 선택권, 개발자의 창의와 혁신을 제한하는 것이 페이스북의 장기적인 발전이 될 수는 없다. 광고 플랫폼 혹은 다른 수익 모델을 만들기 이전에 소셜 플랫폼으로서의 기본적 성격을 유지하는 것, 이것이 주가 하락 못지 않은 이들의 진정한 리스크다.



더 생각해볼 만한 주제들: 

  • 소셜 미디어 산업은 위기라고 생각하시나요? 페이스북은 거품일까요? 그렇다면, 그 위기와 거품이 우리 경제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요? 
  • 그렇지 않다면, 그렇게 보시는 근거는 무엇인가요? 



작성 2012.08.10 | 전략경영팀  김재연 전략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