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댓글에 ‘착한 소셜’ 담다김미균 시지온 대표
[88호] 2014년 04월 16일 (수) 10:08:27
김미선 기자  story@thescoop.co.kr

한국에서 ‘착한 서비스’로 성공하긴 어렵다. 파격적이거나 자극적인 콘텐트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밖에 없다. 여기 ‘착한 서비스’로 승승장구하는 벤처기업이 있다. 악플 대신 선플을 유도하는 독특한 플랫폼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시지온이 그곳이다. 29세의 젊고 당찬 여성 CEO 김미균 대표를 만났다.

  
▲ 시지온의 사무실은 젊은 DNA가 가득하다.[사진=더스쿠프 포토]

국내 1호 IT ‘소셜 벤처’ 시지온. ‘파티션’ 하나 없는 231㎡(약 70평) 규모의 사무실에서 직원들은 자유롭게 떠들고 음악을 틀며 근무한다. 벤처답게 젊은 DNA가 꿈틀댄다. 20명이 조금 넘는 이 회사 직원의 평균 나이는 29세. 대표 나이도 딱 평균이다. 그렇다고 ‘철 없는 청춘’은 아니다. 시쳇말로 ‘내공이 장난이 아니다’. 공식적인 업력業歷만 따져도 6년차. 연매출은 약 10억원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누리꾼이라면 매일 이 회사의 서비스에 노출된다는 거다. 

시지온의 대표 서비스인 ‘라이브리’를 말하는 거다. 굳이 언론사 웹페이지에 들어가지 않아도 ‘SNS 로그인’만으로 온라인 기사댓글을 달 수 있는 서비스다. 그런데 이 서비스는 댓글을 달면 해당기사와 댓글이 날아간다. 지인 혹은 제3자와 댓글을 공유해야 등록이 된다. 라이브리가 ‘소셜댓글’로 불리는 이유다. 웬만해서는 ‘악플’을 달기 힘들고 심지어 어떻게 하면 멋진 댓글을 달수 있을지 고민하게 만드는 서비스다. 

“하루는 친구와 대판 싸웠어요. 욕이 나오기 직전까지 갔죠. 그런데 멀리서 남자친구가 걸어 왔어요. 순간 싸움을 멈추고 차분해졌죠. 이때 ‘아!’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 대표는 남에게 잘 보이고 싶은 심리를 온라인 플랫폼에 대입하자고 생각했다. ‘누군가 내 댓글을 본다면…’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거다. “라이브리를 통해 댓글을 달면 나를 아는 사람들이 내가 작성한 댓글을 보게 됩니다. 악플을 없애는 건 물론 ‘선플’을 유도하는 서비스인 셈이죠.”

창업을 한 이유도 악성댓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2000년대 후반 인터넷붐이 일면서 악성댓글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어요. 연예인 자살로 이어질 정도로 심각했죠. 우리가 직접 나서 문제를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2007년 7월, 김 대표와 뜻을 함께하는 대학 동아리 친구들이 창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시작은 미약했다. 학교 근처 카페에서 댓글 필터링 시스템을 만들기 시작했다. 결과는 실패. “어림도 없었죠. ‘미친놈’이라는 단어 하나에 엄청나게 다양한 조합이 나왔으니까요. 악성댓글을 삭제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라이브리를 론칭한 건 2009년 11월. 악성댓글 해결에 매달린 지 2년여 만이었다. “기존에 100개 게시글에 최대 1200개의 악성댓글이 달렸다면 라이브리 서비스의 도입된 후 2~3개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이같은 ‘공적’을 인정받아 시지온은 IT업계 최초의 소셜 벤처가 됐다. 2010년 12월. 고용노동부가 주최한 ‘2010 소셜벤처 전국 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라이브리가 악성댓글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술적인 솔루션’으로 인정받은 거다. 5년차에 접어든 라이브리는 다양한 라인업 서비스를 통해 진화해왔다. 지금은 악플을 빠르게 제거하고 댓글을 분석하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고객사 수는 언론사 350곳을 포함해 750곳에 달한다. 스팸댓글을 제외하고 라이브리를 통해 작성된 누적댓글수는 1000만개가 넘는다.

악플 대신 선플 만드는 소셜댓글 

신제품 홍보나 광고에 라이브리를 사용하는 기업도 많다. 소비자들이 댓글을 달면 경품을 주는 식으로 댓글을 유도해 자연스레 원하는 정보를 확산시키는 식이다. 라이브리를 사용하면 소비자가 ‘홍보’ 주체가 되기 때문에 빠르게 원하는 정보를 확산할 수 있다.  착한 서비스지만 수익모델로서의 역할까지 톡톡히 해내는 시지온의 효자 상품이다. 이제 시지온의 직원수 24명으로 규모가 적지 않다. 연매출은 언급했듯 10억원가량이다. 그런데 손에 쥐는 돈은 별로 없다. 

버는 족족 R&D투자에 쓰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쿨하게 말한다. “이제는 터질 일만 남았죠.”  시지온은 올해 안에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최근에는 기사 중간 중간 댓글을 쓸 수 있게 하는 ‘액션바’ 서비스를 론칭했다. 댓글창이 팝업처럼 따라다닌다. IT전문 언론사와 LG기업 블로그 등에서 사용하고 있다. 자신의 댓글을 모아볼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마이라이브리와 여러 사이트의 콘텐트를 한군데에 모아 보여주는 메타서비스 론칭도 준비 중이다.

과감한 투자는 해외진출이라는 열매를 맺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IT기업 육성프로그램 ‘액셀프라이즈(Acceleprise)’에 뽑혀 3만 달러에 달하는 투자를 받았다. 지난해 10월에는 아마존&코트라 글로벌 육성사업 톱5에도 선정됐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올 초 뉴욕에 클라이언트를 만나러 갔다가 문전박대를 당한 일도 있었다. 

“올 1월 눈보라가 혹독하게 부는 날이었어요. 힘들게 잡은 고객사 미팅 시간을 맞추자고 사설 택시까지 잡아가며 겨우 약속 장소에 도착했어요. 담당자가 바쁘니까 나중에 만나자는 거예요. 청천벽력 같았죠. 하지만 얻은 것도 있습니다. 다시는 무시할 수 없는 완벽한 서비스를 만들자고 다짐했으니까요.” 긍정과 도전의 마인드로 똘똘 뭉친 김 대표. 그는 미국 시장 개척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쉽진 않겠지만 기회는 충분하다고 봅니다. 일단 국내 인터넷 환경은 미국보다 앞서 있습니다. 스마트폰 보급률도 그렇구요. 미국에선 최근 들어 ‘인터넷실명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이미 국내에서 오래 전에 겪은 흐름이죠.”

즐길 줄 아는 벤처회사

동남아 시장을 ‘텃밭’으로 만들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올 초에는 싱가포르 5~6개 업체와 만났다. 지금은 싱가포르 전담 직원을 배치하고 시장진출 준비를 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아직 소셜댓글 시장이 없습니다. 우리가 시장을 만들어야 합니다.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싱가포르를 ‘허브’로 태국·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의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게 김 대표의 플랜이다. 물론 현실은 녹록지 않다. 눈에 보이는 제품이 없는 IT서비스로 해외시장을 공략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성과를 계량화하는 것도 어렵다. 

각국 시장의 특성에 걸맞게 서비스를 달리해 진출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그럼에도 김 대표는 ‘긍정의 씨앗’을 놓지 않고 있다. “물론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목적지를 향해 전력질주하는 것보다 정말 중요한 건 ‘과정’ 자체를 즐기는 자세입니다. 성과를 만드는 것도 하나의 여정처럼 즐겨야 합니다. 그래야 지치지 않고 끝까지 나갈 수 있으니까요.” 시지온이 매년 9박10일 정도 해외워크숍을 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지온에는 ‘종착지’가 없습니다. 즐길 수 있는 한 이 ‘여행’을 멈추지 않을 겁니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 기사원문 : http://www.thescoop.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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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지온 CIZ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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