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아시아여성리더스포럼 10기 멘토
김미균 시지온 대표 인터뷰
사업초기 매출 '0' 고시원·알바 전전
현재 1400개 고객사 두며 승승장구
후배들 고민 상담이 취미이자 특기
창업 아이템·돈보다 동반자가 중요
여성 창업, 육아 부담부터 해결해야
김미균 시지온 대표가 4일 서울 중구 공유오피스 저스트코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박지환 기자] "돈을 많이 벌겠다는 생각보다는 온라인상에 퍼져있는 악성 댓글로부터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시작했어요." 2007년은 온라인 악성 댓글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던 시기였다.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공부하며 언론사 입사를 꿈꿨던 김미균 시지온 대표가 악성 댓글을 줄이는 방법을 고민하고, 기술 개발을 시작하면서 창업가의 길로 첫발을 내딛는 계기였다.
시지온은 국내 최초 소셜 벤처다. 2007년 연세대 벤처 인큐베이팅 센터에서 대학생 창업동아리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1400여개의 고객사를 둔 회사로 성장했다. 사업의 핵심은 소셜 댓글 서비스인 ‘라이브리’이다. 라이브리는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아이디로 언론사와 쇼핑몰 등 특정 사이트에 댓글을 남길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댓글을 남기기 위해 각 사이트에 회원 가입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앴다. 자동적으로 악성 댓글도 걸러준다. 지난해 악성 댓글 비중이 68%에 이르던 한 웹사이트는 라이브리를 적용한 이후 2%대로 낮아졌다.
시지온이 처음부터 승승장구를 했던 것은 아니었다. 회사 몸집을 키우는 것보다 서비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하다 보니 돈이 벌리지 않았다. 회사의 매출은 첫 3년 동안 ‘0원’이었다. 김 대표는 3년6개월을 신촌에 위치한 월 30만원의 고시원 방에서 살았다. 돈이 없다 보니 주식은 거의 라면이었다. 김 대표는 "과외와 영상제작 등 닥치는 대로 알바를 했다"며 "월 100만원 정도 수입이 있었는데 30만~40만원의 생활비를 제외하고는 모두 회사 운영비로 사용했다"고 회상했다.
3년을 버텨 보니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2010년 7월 한 언론사가 첫 고객이 되면서 입소문을 탔고 곧이어 100여개 이상의 언론사들과 계약을 하면서 매출이 급격히 불어났다. 하지만 사업이 커진 후에도 위기는 계속 찾아왔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자금줄이 막혀 직원 월급을 제때 주기 어려울 때였다. "월급날이 매달 25일인데 2013년 10월 통장 잔고가 부족해 15명의 직원 월급을 못 줄 걱정에 밤잠을 설쳤어요. 주변 지인에게 어렵게 사정 얘기를 했는데 아무런 조건 없이 1억원을 흔쾌히 빌려주겠다고 해서 위기를 넘길 수 있었죠. 이후 투자 유치가 잘 됐고 그 투자금으로 시지온은 잘 성장했어요."
김미균 시지온 대표가 4일 서울 중구 공유오피스 저스트코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김 대표가 시지온을 2007년도에 창업했으니 30대 중반의 나이에 벌써 14년 차 베테랑 경영자가 됐다. 젊은 나이임에도 김 대표가 스타트업계 ‘시조새’로 불리는 이유다. 나이에 비해 경험이 많다 보니 고민을 털어놓는 후배들도 줄을 선다. "후배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사실 비슷해요. 공동 창업자랑 다퉜는데 이 친구랑 갈라서야 하는지, 직원이 잘 뽑히지 않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떻게 매출을 키우고 비용은 줄일 수 있는지 등 A~Z까지 물어보는데 최대한 대답해주려고 노력해요. 일주일에 3~4시간을 이렇게 쓰다 보니 어느 순간 취미가 됐어요."
김 대표는 창업을 꿈꾸는 대학생과 청년들에게 가장 먼저 동반자를 찾으라고 조언했다. 사업 아이템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누구랑 함께하는지라고 강조했다. "사업이 성공하려면 아이템, 돈, 사람 등 세 가지가 있어야 하는데 사람만 있으면 아이템과 돈은 함께 따라오는 편입니다." 김 대표는 "저처럼 ‘악성 댓글을 줄이고 싶어’라는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다면 이 주제에 관심 있는 사람들과 함께 꾸준히 의견을 교환하며 아이디어를 구체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대표가 10년 넘게 수많은 여성 창업자들을 바라보면서 느낀 점은 육아 문제가 가장 넘기 힘든 벽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꼭 여성 창업자뿐 아니라 일을 하고 있는 모든 엄마의 공통된 어려움이라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여성 창업자들이 사업적인 숱한 난관은 잘 극복하면서도 육아의 허들은 못 넘는 경우가 많았다"며 "육아 때문에 회사를 내려놓거나 위임하는 사례를 많이 봤다"고 아쉬워했다. 자신은 아직 엄마가 되지 못했지만 여성들이 육아 걱정을 잠시라도 잊고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마련과 육아는 여성만 전담해야 한다는 인식이 조금 더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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