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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호 소셜 벤처 창업가 김미균 시지온 대표

강민경 기자

창업 3년간 매출 0원, 3년 반을 고시원에서 살았다


김미균 대표.<이원근>
[인사이트코리아=강민경 기자] 2007년 당시 국내에선 온라인 악성댓글과 사이버 테러에 시달리던 유명 연예인들의 잇따른 자살 사건이 발생했다. 이러한 문제는 연예계를 넘어 일반 네티즌까지 번지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시지온’은 이 문제 해결을 위한 도전에서 시작됐다. 연세대학교에서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하던 학생 창업가는 사이버 공간이 ‘코드’로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해 인터페이스의 구조변화를 통해 해결하고자 했다. 아이디어의 핵심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로그인으로 작성의 장벽을 낮추고, 댓글을 SNS로 동시전송하면서 스스로 책임 있는 소통을 꾀하는 구조였다. 당시 김미균 시지온 대표의 나이 22세였다.

<인사이트코리아>는 지난 5월 22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김미균 대표를 만났다. 국내 손꼽히는 여성 스타트업 CEO인 김 대표에게 시지온을 대한민국 1호 소셜 벤처 기업으로 성장시킨 노하우를 들었다.

2007년 연세대 벤처 인큐베이팅 센터에서 대학생 창업동아리로 시작한 시지온은 2009년 9월 아시아 최초로 소셜댓글 서비스 ‘라이브리(LiveRe)’를 론칭했다. 라이브리는 댓글 빅데이터를 활용한 AI 기반 서비스로, 언론사나 기업 사이트에 설치할 수 있는 댓글 플랫폼이다.

댓글을 남기기 위해 각 사이트에 가입해야 하는 번거로움 없이 SNS 아이디로 댓글을 달 수 있어 편리함은 물론, 악성댓글 문제도 해결한다. 현재 누적 사이트 4만8000여개가 사용하는 라이브리는 소셜 계정 연동 댓글 플랫폼을 제공함으로써 선순환 미디어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라이브리는 470%에 육박했던 스팸댓글을 2%대로 줄여 스팸과의 전쟁을 종식시켰다. 또 방문유입을 늘리고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툴로 가치를 인정받아 2013년 정보문화상 국무총리상인 정보문화기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기술과 심리적 기제를 이용한 구조의 변화가 변화를 이뤄냈다는 평가다.


김미균 대표.<이원근>
- 현재 운영 중인 ‘시지온’은 어떤 회사인가?

“‘리액션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다. 여기서 말하는 ‘리액션’이란 온라인에서의 댓글, 리뷰, 인증샷 등을 뜻한다. 우리는 이 리액션을 잘 할 수 있게 도와주는 도구를 만들고 있다. 예컨대 댓글을 잘 쓸 수 있는 도구, 리뷰를 잘 작성할 수 있는 도구 등이다.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다보니 직원의 절반 이상이 기술진이다. 회사의 기본 마인드 자체가 기술에서 나온다.”

- ‘댓글을 잘 쓸 수 있는 도구’라고 말한 플랫폼, ‘라이브리’란 무엇인가?

“쉽게 말해 SNS 계정을 댓글에 접목시킨 ‘새로운 댓글창’이다. 라이브리 이전의 기본 모듈에서 댓글을 작성하려면, 그 사이트에 회원 가입을 해서 로그인을 한 후 댓글을 쓸 수 있는 방식이다. 그런데 우리는 댓글을 쓸 때마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만들어 사이트 회원가입을 하는 그 방법 자체가 번거로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네이버 등 본인의 SNS 계정과 연동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온라인에서의 리액션이 활발해 질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겼다. 2009년 우리가 처음 만들었고, 당시 한국엔 아예 이런 개념이 없을 때였다. 올해로 개발된 지 11년이 됐는데 현재 4만8000여개의 사이트에서 이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다.”

- 최근 인스타그램 후기를 활성화하는 큐레이션 서비스도 개발했다고 들었다.

“여러 고객사에서 텍스트인 일반 댓글 말고, 사진이나 동영상 댓글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있었다. 업체들이 ‘사진 리뷰를 올리면 그 중 당첨자를 선발해 선물을 주겠다’는 이벤트를 열곤 하는데, 굳이 그 사이트에 접속해 리뷰까지 올리는 고객이 많지 않다는 것이었다. 업체들은 늘 영상 리뷰를 간절히 바라는데 실제로 본인들 사이트엔 이러한 영상 리뷰가 별로 없었다. 그런데 이게 폭발적으로 생산되는 곳이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였다. 고객들이 본인 계정에 영상 후기들을 올리는 것이다. 우리는 역발상에 착안했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 있는 리뷰들을 그대로 끌어와서 업체 사이트에 보이게 해주는 것이었다. 라이브리가 ‘사이트에 와주세요’를 말하는 것이었다면, 최근 개발한 어트랙트는 ‘여러분의 영상 리뷰를 우리가 가져다 쓸게요’라고 하는 것을 의미한다.”

- 대학생 때부터 창업을 준비해 어린 나이에 실제 창업에 성공했다. 원래 벤처에 꿈이 있었나? 창업 과정이 궁금하다.

“벤처를 하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대학 때 신문방송학을 전공해서 막연히 그 분야로 나가지 않겠나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내가 대학을 다니던 그 시점부터 신문이나 방송에서 뉴스를 접하는 사람보다 인터넷을 통해 뉴스를 읽는 사람이 크게 느는 추세였다. 그 때가 그런 시기의 시작점이었고, 때문에 오프라인 매체보다 온라인 매체가 더 중요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온라인을 살펴봤는데 악성댓글 문제가 심각했다. 온라인이 제대로 발전되지 않아 원시시대에 가까웠는데, 그 안에서 지켜야하는 규칙이나 약속들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익명을 이용해서 누군가를 강하게 공격하는 일들이 발생했다. 듣는 사람 입장에선 자살충동을 느낄 정도였고 실제로 몇몇 연예인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그 문제가 막 발생하던 시기였고 그것을 해결하고 싶었다. ‘온라인’이라는 황무지에 집을 지으려고 하는데 불량배들이 너무 많았고, 그런 사람들 혹은 시스템을 바로 잡아 땅을 다듬고자 했다. 그래서 처음의 시도는 자율방범대가 되려는 것이었다. 온라인에서 캠페인을 해보기도 했으나 큰 반응은 없었다. 좀 더 생각을 해봤는데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도구’를 개발하는 게 가장 효과적일 것 같았다. 그래서 기술창업에 관심을 갖고 도전을 하게 됐다.”

- 신문방송학 전공자로서 기술 창업에 뛰어들기란 쉽지 않은 도전이었을 것 같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것은 부모님의 교육 덕분이다. 어릴 때부터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자랐다. 부모님의 사업이 부도가 나면서 초등학교 때 학교 전체에서 가정형편이 힘든 아이들 중 하나로 꼽히곤 했다. 지금 생각해도 부모님이 참 신기하신 게, 당시 학원을 보낼 여력이 안 되시는데도 이상하게 컴퓨터를 가르치셨다. 지금은 코딩을 많이 배우지만 그 때만해도 컴퓨터 학원을 다니는 초등학생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또 컴퓨터가 정말 비쌀 때였는데 컴퓨터까지 무리해 장만해주시고, IT기기에 대해 많이 가르쳐주셨다. 그 때 주위에선 의아하게 생각들 하셨다. ‘공부 잘하는 애를 왜 컴퓨터 학원에 보내느냐’는 것이었다. 컴퓨터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 중 여자는 나 혼자였고 또 가장 막내였다. 그런데 그게 결국 IT에 빨리 적응하는 역량이 됐다. 그게 신의 한 수였다.”

- 부모님이 IT 업종에 종사하셨나?

“그런 것도 아니었다. 선견지명이 있으셨던 것 같다. 형편이 어려우니까 어릴 때부터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압박이자 생각을 가지고 살았다. 그런데 부모님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통상적인 부모-자식의 입장이 바뀐 셈이다. ‘왜 그렇게 열심히 공부를 하니. 기술 하나만 있어도 먹고 사는데 지장 없다. 우리는 단지 네가 건강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부모님 두 분 모두 엄청난 애독가다. 책을 정말 많이 읽고 교육에 굉장한 관심이 있으신 데도 나를 자유분방하게 키우셨다. 컴퓨터를 가르친 이유는 지금도 알 수가 없다. 신기하고 독특하셨다. 그렇게 대학 전공과 어릴 때의 컴퓨터 학습이 어우러지면서 지금의 내가 있게 됐다. 타임머신을 타고 미리 내 미래를 보시곤 그렇게 날 이끌어주신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김미균 대표.<이원근>
- 형제자매 관계는 어떻게 되나.

“장녀다. 밑으로 동생 2명이 더 있다. 부모님께선 동생 2명에게도 똑같이 대하셨다. 공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너희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대신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면 그걸로 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동생들 모두 스탠다드 한 방식이 아닌, 본인이 원하는 인생을 개척해 나갔고 그래서인지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다.”

- 현재 대기업을 비롯해 언론사, 공공기관 등 많은 곳에서 해당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다. 짧은 기간에 큰 성과를 낸 것 같다. 비결은 무엇이라고 보나?

“우직한 것이 통한 것 같다. 스타트업들의 공통점은 ‘빨리 커야 한다’는 압박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애초에 사업을 모르기도 했거니와 사업의 규모를 키우는 것 보다 서비스의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데 중점을 뒀다. 회사의 매출이 3년 동안 한 푼도 없었다. 그래도 서비스를 계속 만들었다. 서비스가 클 때까지 똑같은 생각과 개발을 10년간 해왔다. 그게 비결인 것 같다.”

- ‘3년간 매출 0원’, 당시 어떤 심정이었나.

“그 때 창업멤버 3~4명이 모두 고시원에서 살았다. 나는 3년 반을 고시원에서 살았는데 집에 가면 곰팡이를 닦는 게 일과였다. 물론 그땐 나뿐만 아니라 멤버들 모두 뼈만 남았을 정도로 말랐다. 어떻게든 살아야 하니까 아르바이트도 엄청 했다. 과외뿐만 아니라 닥치는 대로 했다. 그렇게 3년을 버텼는데, 갑자기 빠른 속도로 매출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2010년 7월 한 언론사가 첫 고객이 되면서 곧이어 국내 여러 메이저 언론사들이 이 플랫폼을 사용하겠다고 연락이 왔다. 그렇게 100여개 이상의 언론사와 계약을 하면서 업체 규모가 급격히 커졌다.”

- 회사를 경영하면서 가장 우선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근래에 들어서 ‘사람’에 중점을 두고 있다. 원래부터 사람에 대한 관심은 많았다. 사람이 있으면 돈도 따라오고 뭐든 다 따라온다고 생각하는 주의이긴 했는데, 최근 더 관심이 많아졌다. 사람에 대한 책도 많이 보고, 실제로 사람들을 깊게 들여다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얼마나 가치 있게 살아가나 이 부분이 궁금하다. 인생엔 일과 일상생활 2가지가 있는데 직장 대표라고 해서 그 사람의 업무능력만 보고 그 사람을 판단하면 그의 절반밖에 모르는 것이라서 그 사람의 나머지 절반의 모습도 늘 주의 깊게 보려고 노력한다.”

- ‘시지온’을 상징하는 단어는 어떤 것이었으면 좋겠나.

“‘가치 있는’. 회사는 당연히 돈을 잘 벌어야 하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것보다 누군가 우리 회사를 떠올렸을 때 ‘아, 그 회사 정말 좋은 일 한다, 가치 있는 일 한다’는 얘길 듣고 싶다. 사실 돈만 벌고자 했다면 좀 다르게 접근했을 것 같다.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는지를 알기 때문에, 돈을 벌기 위한 모든 로직을 다 쏟아 부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나는 우리 회사 식구들이 하는 결정들을 조금 더 지켜보고자 한다. 기존의 다른 기업들이 돈을 버는 방식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이런저런 식의 ‘가치 있는’ 방법으로 돈을 벌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것. 만일 이것이 실패하더라도 그냥 지켜보려고 한다.”

- ‘식구들의 결정을 지켜본다’는 표현이 색다른 것 같다.

“기업 대표로 이끌겠다는 생각보다 리더로서 ‘조율자’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각자의 다른 개성을 조율해 최대의 시너지를 내고 싶다.”

- 20대로 다시 돌아가도 같은 길을 걸어갈 것인가?

“그럴 것 같다. 물론 과거에도 엄청난 자발적 의지를 가지고 시작한 것이 아니라 우연하게 흘러온 것인데, 내 20대의 운명이 그렇다면 아마 그대로 또 흘러가지 않을까 싶다.”

- 아직 이루지 못한 김미균 대표의 또 다른 꿈이 있다면?

“우리만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이 플랫폼을 사용하는 유저들도 돈을 벌 수 있게 하고 싶다. 그런 생각을 늘 해왔다. 리액션을 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기사도 살아나고 상품도 살아난다. 온라인에서 리액션이 없으면 액션이라는 것의 큰 의미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그 리액션을 하는 사람들에게 어떠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그런 생각들을 회사 식구들과 조금씩 나누고 있다. 온라인 리액션이 선순환 돼 유저들도 금전적 보상을 받을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 나는 이것을 ‘디지털 일자리’라고 정의한다. 이제는 오프라인에서의 직업과 별개로 온라인에서의 일자리도 굉장히 중요해질 것으로 생각한다. 물리적인 것이 아닌 개념적인 일자리, 이런 것들을 정의할 수 있는 회사가 됐으면 좋겠다.”

- 시간이 날 때 주로 어떤 취미생활을 즐기나.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후배들을 만난다. 쉬는 시간에 후배들이 연락이 오고 자주 찾아오는데, 궁금해 하는 것은 비슷하다. 자금과 직원은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매출은 어디서 발생하는지, 마케팅과 영업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이다. 나는 지금까지 배워온 것들을 알려주면서 얘기를 나누는데, 어느 순간 이것이 취미화 됐다.”

- 후배 청년 기업가들에게 혹은 동종업계 여성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사업은 ‘누구와 일하는가’, 이것이 제일 중요하다. 그래서 후배 청년사업가들에게 멤버십을 꾸리는 데 공을 들이라고 말한다. 회사가 속해있는 업종에 따라 구성원의 수와 능력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서 수익을 얼마나 창출할 수 있는가가 다르다. 이러한 것들을 공부하고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창업 멤버를 어떻게 꾸려야 하는지, 이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각자 이 회사를 통해서 얻고자 하는 니즈를 어떻게 취합해주느냐가 대표로서 유념해야 할 포인트다.”

김미균 대표

2005~2010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경영학 학사
2007~ 시지온 대표
2013 청년기업인 교육부장관 표창
2014 국무총리 표창
2017 제2회 연세창업대상 동문창업부문
2018 제1회 국가경쟁력대상 앙트러프러너십
       방송통신위원회 인터넷상생발전협의회 위원

출처 : 인사이트코리아(http://www.insightkorea.co.kr)